반도체 전쟁의 핵심 무기, ‘EUV 리소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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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시 들렀던 반도체 설비 제작사 ‘ASML’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얼마나 대단한 회사이면 네덜란드 국왕과 한국 대통령이 같이 소위 토끼복이라 불리우는 방진복을 입고 직접 클린룸까지 견학하게 됐을까. 이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반도체에 사용되는 EUV( Extrem Ultra Violet, 극자외선 ) 파장의 노광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EUV 없이는 첨단 기술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그야말로 핵심소재다. 현재 미국이 대중국 제재로 EUV설비의 수출을 금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어의 법칙을 따르는 차세대 반도체는 더 많은 반도체 소자들을 집적하기 위해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축소하는 기술이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리소그래피( Lithography, 노광 )기술이다. 노광기에 사용되는 광의 파장이 더 짧을수록 해상력이 좋아져서 더 작은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EUV 노광기는 광원으로 파장( wave length )이 13.5나노인 극자외선(EUV)을 사용하는데, 전세대 설비인 193나노의 파장을 사용하는 ArF (아르곤 플로라이드)노광기 보다 더 미세한 패턴닝이 가능하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인 5나노, 3나노급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설비다.
이 EUV 리소그래피는 지난 1980년대부터 반도체인들이 미래에 언제간 닥쳐올 패턴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염원해왔던 기술의 집약체다. 미국과 유럽의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기술 및 비즈니스적 협력과 선두 반도체 칩제조사들의 과감한 투자와 적용에 의해 개발된 합작품이다.
EUV는 거의 40년전인 1986년 일본 NTT 연구원이었던 기노시타 히로오가 일본 응용광학학회에서 처음 발표하면서 학계에 알려졌다. 당시 반도체에서 선두를 달리던 일본을 이기기 위해 80년 후반기 미국에서는 미정부의 지원 하에 국립 연구소들이 프로토타입을 연구를 하고 있었다. 1990년 초반에는 인텔 등 미국 칩제조 회사의 지원과 참여로 발족한 EUV LCC이라는 회사에서 공동개발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정부 지원하의 개발회사에 유럽의 ASML이 1999년에 합류하고, 미국의 유일한 노광설비 회사이었던 SVGL을 2001년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EUV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또 독일의 유명한 광학 회사인 칼자이스(Karl Zeiss ) , 선박 철판 절단용 레이저설비로 유명한 Laser Tech과의 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EUV 광원 Source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미국 회사인 Cymer를 2013년에 인수하면서 분업체계가 형성됐다. 여기에 2013년부터 삼성, Intel및 TSMC가 공동 투자로 참여하고 상용화 연구를 같이 했고, 2010년에는 첫 실험기가 삼성의 연구소에 설치됐다.
그후 오랜 우여곡절의 세월 끝에 2019년 휴대폰에 들어가는 Chi이 세계 최초로 생산됐고 EUV시대도 서막을 올렸다. 당시 필자가 총 책임자 역할을 맡아 개발한 삼성전자 7나노 로직공정에 EUV 설비와 관련 기술이 적용된 것이었다.
<본 칼럼은 2024년 1월 18일 울산경제신문“반도체 전쟁의 핵심 무기, ‘EUV 리소그래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
관련기사 링크 : https://news.unist.ac.kr/kor/column_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