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기반 반도체 재료·공정 설계(김병조 교수님 인터뷰)
2025.09.29원문 URL: https://www.issuemaker.kr/news/articleView.html?idxno=51044
-차세대 반도체로 가는 최첨단 기술 연구
-피지컬 AI, 디지털트윈 등 국가 아젠다 이바지할 성과 기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세밀한 공정 하나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반도체 분야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 공정 연구는 많은 연구자들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실험 중심의 기존 공정 개발을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연구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반도체 공정에서도 최첨단 멀티스케일 연구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김병조 교수는 기계공학 기반의 멀티스케일 전산역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공정 분야 실무경험을 쌓은,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신진 연구자다. 그의 연구 철학은 명확하다. 현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과 인공지능의 만남
차세대 반도체 공정과 인공지능은 모두 국가 12대 전략기술에 포함된다. 이 두 분야를 동시에 연구한다는 것은 국가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2024년 1월 울산과학기술원에 부임한 김병조 교수는 가상재료공정설계연구실을 개설하고,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 기반의 반도체 재료·공정 설계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김 교수는 학위 과정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물리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멀티스케일 전산역학을 전공했고, 삼성전자 재직 시절 이 기술을 반도체 공정 분야에 적용하며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기계공학 분야에서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제조 공정 연구가 매우 활발한데,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공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 분야 연구의 절실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반도체 분야 연구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연구에서 큰 가치를 발견한 그는 학계에서의 연구자로서 연구와 인력 양성을 통해 관련 분야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피지컬 AI·디지털트윈으로 기술 자립 견인
가상재료공정설계연구실(Virtual materials and processes Design Lab; VDLab)은 다양한 공정·재료 설계를 가상 환경에서 가속화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김 교수는 “우리 연구가 지향하는 바는 관련 기술을 플랫폼화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VDLab은 최근 많은 과제를 수주하며 연구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 특히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가상 시뮬레이션과 물리 데이터 융합을 통한 피지컬 AI, 디지털트윈 연구다. 2025년도 국가아젠다 기초연구 중 Physical AI 과제에 선정된 김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 기술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극저온 식각 기술의 해석 및 최적화를 위한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AI 융합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적 기초연구”라고 소개했다. 반도체 분야는 장비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으며, 특히 국내 산업은 핵심 장비의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본 융합 연구를 통해 민간에서 해결이 어려운 기술 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반도체 공정·장비 기술의 중장기 자립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 교수의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연구재단의 한-일 공동연구 사업에 선정돼 플라스마 공정 분야 선구자인 Satoshi Hamaguchi 교수(오사카 대학교)와 함께 가상-물리 통합 AI로 구현하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 디지털트윈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국제 교류를 통한 연구 확장은 물론 학생들의 견문을 넓혀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증착 공정과 신물질 연구, ALD/MOCVD 등 신규 소재 도입을 앞당기기 위한 공정 개발 이론 연구 등을 공동연구로 진행하며 신진 연구자임에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활발한 연구 활동의 원동력에 대해 “반도체라는 첨단 분야를 다룬다는 점과 실용주의 연구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은 그가 자부하는 연구그룹의 차별성이다.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문제를 학계 수준의 깊이 있는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현실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다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연구그룹의 비전이다.
확실히 된다는 생각으로 실패해도 힘들어도 연구과정을 즐긴다는 김병조 교수는 학생들과도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즐겁게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사진=임성희 기자)
미래 비전: 차세대 반도체 통합 설계 플랫폼 구축
반도체 연구그룹이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김 교수는 학생 지도에 대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시뮬레이션이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정 설계 개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연락이 많다”며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는 학생들에게 감사하며,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갖춰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차세대연구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도전 의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반도체 재료와 공정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가능하다면 가상 환경에서 반도체 소자 수준까지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게임을 하듯 가상 환경에서 공정, 장비, 소재를 넘어 소자 설계까지 연구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이는 단순한 꿈이 아니다. 시뮬레이션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반도체 설계 과정을 직관적이고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현실성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없다”는 김병조 교수이기에 이 혁신적 비전 역시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조 교수가 이끄는 VDLab의 연구는 국가 전략기술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과 이론을 아우르는 그의 연구 철학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지 주목된다.
출처 : 이슈메이커(http://www.issuemaker.kr)